고 3의 시계는 빨리 간다. 6월 모의평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방학이란다. 놀랍게도 다음 달이면 ‘수능 D―100일’이 된다. 공부를 안 한 건 아닌데 딱히 뭔가 해놓은 건 없다. 여름방학에는 정말 뭔가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 글을 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능 국어 영역은 크게 ‘화법·작문·문법·독서·문학’으로 나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서 영역이다. 수능 국어 1등급을 원하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독서를 정복해야 한다. 6월 모의평가에서 독서 영역 41번 문항은 무려 89.3%라는 역대 최고의 오답률을 기록했다. 최근 3년의 수능 결과만 보아도 오률 1위는 독서로서, 70∼80% 이상의 오답률을 나타냈다. 게다가 오답률 상위 5개 중 3∼4개가 모두 독서 영역이었다. 이쯤 되면 1교시의 결정력은 독서에서 나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6월 모의평가 이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부모님과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바로 독서이다. 독서를 안 한 사람도 많이 한 사람도 점수가 나오지 않아 고민이다. 이에 대해 필자는 양보다는 ‘고퀄리티’ 공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상담을 진행해보면 생각보다 자료의 ‘양’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학부모님들이 그런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학생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학부모는 낸 돈을 생각하기 때문에 자료의 양이 중요하지만, 학생은 정해진 시간 안에 여러 과목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자료의 퀄리티가 중요하다. 그래서 진짜 정보력이 좋은 학부모님들은 적당량의 고퀄리티 자료를 제공하는 수업을 찾아낸다. 물론 이와 같은 정보는 불법 댓글 작업으로 점철된 인터넷 공간에서는 공유되지 않는다. 여전히 입소문으로만 전해진다.
그럼 고퀄리티 공부란 무엇일까? 바로, 저퀄리티의 콘텐츠를 여러 개 보는 게 아니라, 수능 혹은 그보다 어려운 퀄리티의 검증된 콘텐츠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다. 여기서 어렵다의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 가령, 경제학이 어렵다고 하였을 때, 공식에 따른 계산을 하느라 어려움을 느꼈다면 그것은 저퀄리티 콘텐츠의 전형이다. 수능 경제학 지문은 경제학적 계산 능력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경제학의 언어 구조’를 체화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학생이 대학에서 경제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능력, 바로 대학수학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독서 교과서에는 반드시 경제학 지문을 통해 경제학의 언어 구조를 학습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EBS 교재에 나온 내용보다 심화된 내용을 경제학의 언어 구조로 구현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콘텐츠 제작에 경제학 박사급의 인원이 참여해야 한다. 철학, 과학, 기술 등 다른 영역의 콘텐츠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해설 자료는 문항보다는 지문이 직접적으로 해설된 것을 참고하는 게 좋다. 지문 이해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고퀄리티 콘텐츠 싸움인 셈이다.
물론 고난도이다. 누구나 처음부터 잘 읽힐 리가 없다. 그러나 이를 가지고 스스로 씨름해보는 것이 강사로부터 어떤 방법론을 습득하는 것보다 훨씬 우선적이고 근본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해둔다. 필자가 대치동 현장에서 만나는 극상위권 학생들도 처음에는 그 난이도에 절망한다. 그러나 극상위권 학생들은 한 주, 한 주 씨름하면서 거기에 익숙해진다. 수능 시험은 학생에게 맞추어주지 않는다. 대학에 가려면 학생이 시험에 맞출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하기 바란다.
물론 독서 영역이 중요하다고 해서 다른 영역을 소홀히 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국어는 문학이 근본이다. 일단 먹고 들어가는 영역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현대시는 출제될 만한 작품을 선정해서 집중적으로 분석해보는 것이 좋다. 작품을 밀도 있게 분석하면서 정리와 동시에 낯선 작품에 대한 독해 능력도 향상되는 것이다. 고전시가는 정리에 좀 더 많은 무게중심을 둔다. 다만, EBS 교재에는 작품의 전문이 실려 있지 않기 때문에 출제 가능한 작품은 전문을 공부해두어야 한다. 6월 모의평가에 출제된 ‘유원십이곡’의 반 이상이 EBS 교재에 수록되지 않은 원문에서 출제되었다는 점을 상기하자. 산문 영역은 낯선 부분이 출제되므로 주어지는 지문에 대한 상황 판단에 중점을 두어 공부를 해야 한다. 수업 등을 통해 추가적인 방법론을 배우기 전에 익숙한 내용에 대한 기대보다는 어떤 내용이 나와도 상황 판단부터 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에 중점을 두자.
문법은 두 단계를 명심하자. 1단계, 여름방학 때 강좌나 기본서를 반드시 한 바퀴 이상 돌려서 기본기를 다진다. 2단계, 검증된 문항에 적용한다. 특히 2단계에서는 오답 시 바로 해설을 보지 않는다.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기본기만으로 풀어보도록 하자. 해설은 확인용으로만 본다.
마지막으로 화법과 작문은 이것부터 명심하자. ‘독서처럼 읽고 풀면 된다’라는 생각으로는 절대 빠르고 정확하게 풀 수 없다. 만약 이 글을 읽는 학생이 토론과 토의의 차이를 모른다면 1번 문항부터 아무런 무기 없이 전쟁터에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화법·작문 교과에서 제시하는 각각의 개념을 학습하는 한편 이를 체화하고 적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이 복잡하지는 않으니 단시간에 한번 살피도록 하자.
한정된 지문에 쓰려다 보니 많은 설명을 하지 못한 게 아쉽다. 각 부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후일의 기회로 돌리고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다.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자꾸만 불안하고 외롭다면 그것은 스스로가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부를 할 생각이 없는 사람은 불안해하지 않는다.
항상 맑으면 사막이 된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야만 비옥한 땅이 된다.